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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흥행코드 1 / 상업영화는 타자를 욕망한다 / 라캉

by 낭만리뷰어 2021. 12. 27.

 

1. 영화 흥행코드

흔히 말하는 상업영화와 예술영화(작가주의)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아마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상업성의 요소일 것이다. 물론 상업영화가 예술영화보다 못한 흥행결과를 낼 때도 있지만 대체로 관객은 상업영화로 몰린다. 상업영화는 흥행을 염두하고 만들어 지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보겠다. 예술영화의 기본은 주로 작가(감독)가 말하고자 하는 바이다. 스토리나 인물, 편집요소, 카메라 앵글 등과 같은 영화적 장치들은 다 거기서 출발하고 작가의 연출에 따라 이런 요소들이 버무려진다.

  이에 반해 상업영화는 관객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요소들을 주목한다. 흥행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영화는 실패한 프로젝트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제작 과정 중 감독은 가장 큰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다. 이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수많은 스텝들이 참여하지만, 영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스크립터를 필름에 옮기는 것을 넘어서 감독은 배우의 선정이나 스텝의 구성, 촬영대본을 작성하며 촬영·녹음·편집과정을 지휘하한다. 그래서 그 능력에 따라 영화의 완성도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소규모 영화에서는 제작을 겸하기도 한다.

  상업영화를 만드는 이들에게는 그래서 흥행코드가 존재한다. 영화감독이 바라는 것은 계속해서 영화를 찍는 것이기에, 흥행코드를 무시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게 생각을 이끌어 가다 보면, 완벽한 예술영화라는 것은 없을 지도 모른다. 예술영화라고 부를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작가도 결국 사회 안에 존재한기 때문이다. , 혼자만의 시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이다.

 

2. 타자를 욕망하다

자기만의 이야기는 애초에 존재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이는 자크 라캉[Jacques Lacan, 1901.4.13~ 1981.9.9]의 유명한 테제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인간의 모든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고, 그렇기 때문에 상업영화를 만드는 이의 욕망의 시선도 결국 타자의 시선인 것이다. 그렇게 보면 예술영화들은 일탈을 꿈꾸는 행위로 볼 수도 있겠다. 물론 완벽하게 성공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상업영화는 타자를 욕망한다. 매력적인 흥행코드에 집착하며.

 

아무리 영화를 잘 만들어도 제작자는 개봉 전에 벌벌 떨 수밖에 없다. 크랭크인을 할 때도 개봉을 앞두고도 많은 영화인들이 돼지 머리를 앞에 두고 고사를 지낸다. 어떤 힘이 필요하다고 느낄 만큼 영화의 흥행은 점치기가 어렵다. 보통 흥행코드라고 하는 것들은 우리가 다 예상하는 바로 그것이다. 각각 장르 영화에 부합하는 잘 짜진 줄거리, 매력적인 캐릭터와 설정, 화려하거나 독특한 영상미, 감독과 배우의 이름값과 같은 것이다. 물론 마이너 감성을 자극하는 다양한 영화들이 일부 팬들의 큰 사랑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최소한 한국사회에서 천만관객 이상을 모으는 영화들은 독특함만으로는 승부가 나지 않는다.

 

3. 불확실한 흥행코드

모두가 흥행코드들을 잘 섞어서 내 놓으려고 노력한다. 아니 노력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너무 당연한 말이겠지만, 모든 상업영화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요소들을 다 모아 놓고 비교적 잘 요리해도 천만관객이 모이는 것은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

  그렇다. '흥행코드'는 불확실하다. 원래 코드(code)’는 확실한 것이다. 그냥 어디에다가 넣으면 확실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 명령에 따른 결과를 보장하는 것이 코드이지만 '흥행코드'는 불확실하다. 무언가 변수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수는 영화 안에서는 찾을 수가 없다. 영화 안에는 코드들을 잘 입력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 변수는 영화 밖, 즉 사회에서 찾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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