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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흥행코드2 / '욕망'이 영화를 만나면 / 라캉

by 낭만리뷰어 2021. 12. 27.

 

1. 불완전한 욕망의 구조

자크 라캉(Jacques Lacan)은 개인과 사회가 유지되는 에너지를 그가 정의하고 있는 '욕망'에서 찾으려고 애썼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욕망'을 향한 끊임없는 충동은 멈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욕망의 구조는 불완전한 언어의 구조와 흡사하다고 라캉은 지적했다. 불완전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욕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주 기초적인 영어 단어밖에 모른다고 해보자. 영영사전에서 어려운 단어의 의미를 찾다보면 풀이된 설명에서 모르는 단어를 또 발견하게 된다. 그런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보면 처음에 알고자 했던 단어의 의미와는 너무 멀어지게 된다. 한 단어의 의미를 찾다가 계속해서 또 다른 단어들이 등장하고, 그러다보면 나중에는 결국 원래 단어의 의미와는 전혀 다른 단어가 등장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계속해서 미끄러지는 것과 비슷한데, 영화 그래비티(Gravity, 2013)’의 우주 유영 장면을 떠올려 보는 것도 괜찮겠다. 인공적인 추진력이 떨어지면 한 번 미끄러진 방향으로 계속해서 진행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이 사회에 진입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언어를 배우고 이 사회의 힘 안으로 완전히 들어온 이상 다른 방향으로 트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한국에 태어나서 정상적으로 자랐다면, 일본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리 스스로에게 설명하고 노력해도 한국 vs 일본이 스포츠에서 만나면 이겨야 하는 것은 한국이다. 물론 미래에는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수 백 년 사이에 양국의 관계를 다시 재정립할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면 말이다.

 

 

2. 관객을 움직이는 '힘'

라캉의 이론대로라면 이러한 욕망의 구조가 완전해서 모든 것이 채워지는 바로 그 순간, 우리는 욕망하는 것을 그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어(기표)가 불완전한 것처럼 욕망의 구조 역시 불완전하다. 다시 반복하자면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욕망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경험했던 것처럼, 그토록 원하던 대상을 얻게 된 그 순간에 혹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는 또 다른 대상을 찾기 시작한다. 그것은 마치 신기루와 같다. 비록 신기루라는 것을 안다고 해도 사막을 걷고 있는 우리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금방 내 눈앞에서 사라질 것이 뻔해도 최소한 몸뚱이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신기루라도 쫓아가야 한다.

  이러한 욕망을 관객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 움직이는 에너지와 결을 같이 해서 본다면, 영화를 보는 행위는 관객의 욕구를 채우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한 관객을 움직이는 것은 그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욕망이지만 관객은 그것을 인식하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요구(demand)’를 채우기 위해서 영화관에 갔다가 어느 정도의 욕구(need)’만 채워져도 그 영화는 나름대로 역할을 해낸 것이다.

  하지만 천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다는 것은 한 명의 관객이 한 번만 영화를 보고서는 달성할 수 없는 기록이다. 똑같은 영화를 2-3번 혹은 그 이상 보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그 대상이 욕구만을 채워준 것이 아니라 +α욕망을 건드려줬다고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예상대로 진행될 때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개인과 사회의 욕망의 문제가 예상을 벗어난 지점에서 드러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분명 감독이 본인의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려낸 스토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대중의 기호를 무시해서는 그 일을 계속할 수 없다. 그래서 충실하게 흥행코드를 잘 집어넣어 영화를 만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모든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밖에 있는 욕망과 결합하지 못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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