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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넷플릭스 리뷰, <지옥>은 신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by 낭만리뷰어 2022. 2. 19.

넷플릭스 '지옥'은 '신'에 대한 이야기일까요. 아니면 '사람'에 대한 이야기일까요. '오징어 게임'도 훌륭한 작품이었지만, 전 '지옥'이 한 수 위에 있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신'을 도구로 오히려 '인간'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니까요. 개운하지 않아서 더 인간적인 작품, <지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넷플릭스-지옥-사자
넷플릭스-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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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 지옥의 틀을 깨다 

착한 일을 하면 천국에 가고 나쁜 일을 하면 지옥에 간다. '권선징악'은 모든 문화에 자리잡고 있는 인류의 중요한 스토리입니다. 그런데 '지옥'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천사의 모습은 성스럽지 않고 괴기합니다. 게다가 랜덤으로 지옥에 갈 사람을 뽑습니다. 착하게 살았던, 나쁘게 살았던, 심지어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도 그 대상이 됩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천국과 지옥의 틀을 과감히 깨버리죠. 

 

그런데 신기하게 이 틀을 깨고 나니, '인간'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물론 처음엔 궁금합니다. '신'은 도대체 왜 이런 일을 벌이는 걸까. 한편으론 이 모든 이야기 뒤에 정의로운 신이 곧 등장하기를 희망합니다. 물론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그런 희망은 무참히 깨지지만요. 

 

초자연적인 현상 앞에 인간은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을 이용하는 세력들이 생깁니다. '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종교가 생기고 또 법도들이 생깁니다. '신'은 정의롭지 않은데, 사람들은 정의를 외치며, 사람들을 마구 짓밟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큰 흐름에 역행하며 싸우는 이들도 있습니다. 끝까지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이들이죠. 

 

초자연과 인간 

초자연적인 무서운 힘이 인간을 마구 폭행합니다. 그리고 이 땅에서 인간을 소멸시켜 버립니다. 대자연 앞에서도, 초자연 앞에서도 인간은 무력합니다. 그런 일이 계속 반복되면서 우린 신의 의도에 대해 무감각해집니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그럼에도 그것과 싸우는 인간들입니다. 

 

'새진리회'는 신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은 최대한 '신'을 감추려 노력합니다. 신의 의도가 없다는 것을 감춰야만 자신들의 생각이 계속 지지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모두가 무기력할 때, 주도권을 쥐고 흔듭니다. 하지만 그들도 '고지'의 대상이 될 수 있죠. 

 

큰 신념없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던 종교인은 '고지'를 받는 순간 두려울 겁니다. 하지만 신념을 가지고 신을 따르던 맹신자는 이해가 가질 않고 분노가 치솟습니다. 자신의 믿음의 근간이 되고 있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자신에게 일어난다니요. 그것을 당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말이죠. 

 

연상호 감독은 안티-기독교?

사실 이 질문은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지옥>은 신에 대해서 말하지 않고 인간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니까요. 그래도 궁금한 분들이 있을 겁니다. 사실 대부분은 이 작품을 보고 감독은 분명 안티-기독교일 거라 생각하죠. 제 생각에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혹시라도 기독교를 포함한 어떤 종교를 비판하고 싶었다면, 그가 비판하는 대상은 바로 맹목적인 신앙을 가진 이들일 겁니다. 초자연적인 현상과 인간의 두려움을 이용한 일종의 종교 장사를 비판하고 싶었던 거겠죠. 하지만 또 한편으로 인간이 얼마나 무기력한지도 보여줍니다. 자신을 구원할 어떤 방법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혼란함 속에서 자신을 희생해 자녀를 구원하는 한 부모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처음으로 무기력하게 당하지 않고 인간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 것이죠. 지옥의 사자가 과연 부모의 품을 뚫고 아이를 소멸시킬 힘이 없었을까요. '자기희생'은 어쩌면 인간의 가장 고귀한 사랑이죠. 그리고 그 희생이 기적을 만듭니다. 

 

끝까지 인간이 무기력하게 당했다면, '감독은 안티-기독교'라는 주장이 힘을 더 얻을 겁니다. 하지만 이 기적은 다른 출구를 만듭니다. 희미하지만 신의 의도를 조금은 비춰준 것이니까요. 종교적인 소재는 이런 식으로 인간의 민낯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혼란함을 틈타 불완전한 희망을 던져 줍니다. 초자연적인 소재를 끌고 와서 신이 아닌 인간을 보여주는 것이죠. 그래서 뒷맛이 개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할 말도 많아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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